불교 기초교리
10. 십이연기(十二緣起)
중생계가 일어나는 작용의 실상을 설하신 진리이다. 이것에는 무명(無明) → 행(行) → 식(識) → 명색(名色) → 육입(六入) → 촉(觸) → 수(受) → 애(愛) → 취(取) → 유(有) → 생(生) → 노사(老死)의 열 두 과정이 있다.
십이연기의 진리가 시사하는 것은 둘이다.
하나는 일련의 과정과 같이 인연에 의해 인연상이 일어나 현실이 성립되어 있기에 실상을 들여다보면 무상(無常) 무아(無我) 무고(無苦)하다는 일깨움의 측면이다.
다른 하나는 중생의 고통스러운 삶이 어떤 원인의 과정을 거쳐 성립되어 있는가를 밝히고, 그것을 멸할 수 있는 길을 깨달을 수 있게 인도하고 있는 측면이다.
고로 십이연기에 대한 설명이 두 가지류로 전개해야 하는데 대한 어려움이 있으나 깨쳐 들어가기에는 매우 긴요한 진리이다.
간략이 전개하면 1)무명(無明)은 → 2)무명한 행(行)을 낳고 → 3)무명한 행(行)은 무명한 식(識)을 낳고 → 4)무명한 식(識)은 다시 무명한 명색(名色)을 낳고 → 5) 무명한 명색은 무명한 육입(六入)을 낳고 → 6)무명한 육입(六入)은 무명한 촉(觸)을 낳고 → 7)무명한 촉은 무명한 수(受)를 낳고 → 8)무명한 수(受)는 무명한 애(愛)를 낳고 → 9)무명한 애(愛)는 무명한 취(取)를 낳고 → 10)무명한 취(取)는 무명한 유(有)를 낳고 → 11)무명한 유는 무명한 생을 낳고 → 12)무명한 생은 무명한 노사(老死)를 낳는다는 가르침이시다.
이러한 전개를 순관(順觀)이라하고 이것의 역순으로 궁구해 들어가는 것을 역관(逆觀)이라 한다.
한편, 십이연기설이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도 있다.
불교의 가장 기초적인 교의(敎義)로써, 윤회전생(輪廻轉生)하며 고통을 겪는 중생의 인연(因緣)과정을 포함하여 만물이 생성·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아함(阿含)경전에 설해진 교리이다.
이는 명(明)이 없는(無) 중생에겐 이 무명(無明)에 연(緣)하여 행(行)이 있게 되고, 행(行)에 연하여 식(識)이 있게 되고, 식에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게 되고, 명색에 연하여 육입(六入)이 있게 되고, 육입에 연하여 촉(觸)이 있게 되고, 촉에 연하여 수(受)가 있게 되고, 수에 연하여 애(愛)가 있게 되고, 애에 연하여 취(取)가 있게 되고, 취에 연하여 유(有)가 있게 되고, 유에 연하여 생(生)이 있게 되고, 생에 연하여 노사우비고뇌(老死憂悲苦惱)가 있게 됨을 밝히고 있는 진리이다.
즉, 다시말해 명(明)이 없는(無) 업(業)의 중생에게 있어선 결국 늙고 죽음(老死)에 대한 근심, 슬픔, 고뇌의 괴로움(老死憂悲苦惱)이 있게 된다는 뜻으로써, 12 단계에 의해서 그 인과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① 무명(無明, a-vidya)은 말 그대로 '명(明)이 없다(無)'하여 진리에 대한 무지(無智)로 인하여 실재성(實在性)이 없는 허상(虛像)을 실상(實像)인 나(我)로 착각하는 망상에 들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주어진 형체를 나(我)라고 집착하는 것으로써 악업(惡業)의 인(因)에 의해 그 과(果)를 받는 최초의 생각(一念)으로 인한 중생의 어리석은 인연(因緣)된 마음을 뜻한다.
② 이러한 무명(無明)에 연(緣)하여 '행(行,samskara)'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행(行)은 '결합하는 작용(sam-kara)'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행(行)이란 무명(無明)의 행위가 신(身)·구(口)·의(意)의 삼업(三業)에 의해 정신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발동하는 의지를 말한다. 이 삼업(三業)은 인간으로서의 생(生)을 지속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자기 형성작용에 있어서의 업(業)이다
③ 행(行)의 형성작용에 의해 개체가 이루어지면, 이에 연(緣)하여 식(識, vijnana)이 발생하게 된다.
식(識)은 불교에서 식별하다란 뜻을 가진 말로써, 이는 형성작용인 행에 의해 형성된 곳에 식(識) 즉 인식(認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④ 식(識)에 연하여 '명색(名色,nama-rupa)'이 일어나는데, 이는 신경세포를 뜻함이다.
이 명색의 명(名)은 비 물질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색은 물질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이러한 명색(名色)의 발생은 비물질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形色)이 결합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지(地),수(水),화(火),풍(風)의 4대색과 수(受),상(想),행(行),식(識)의 4대식이 한데 어우러져 정신과 육체를 형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⑤ 이러한 명색(名色)으로 연하여 '육입(六入, sad-ayatana)'이 발생하게 되는데, 육입이란 빛, 소리, 냄새, 맛, 언어, 촉감, 이성(분별사식)으로 여섯 개의 감각기관, 즉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의식(意)의 육근(六根)과 같은 개념이다.
⑥ 육입(六入)에 연하여 '촉(觸,samsparsa)'이 생기게 되는데, 이 촉은 '접촉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육입이 육경에 접촉하는 현상이 아니라 육근(六根)과 육경(六境)과 육식(六識: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의식(意)의 육근(六根)에 발생한 식)이 화합하는 것을 가리킨다.
⑦ 촉(觸)에 연하여 '수(受,vedana)'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수는 괴로움(苦)과 즐거움(樂), 그리고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不苦不樂) 중간 느낌(捨受) 즉 접촉에 따른 필연적 느낌 이 세 가지 종류를 들고 있다.
즉, 촉이란 이러한 세 가지를 따라 감수작용(感受作用)을 하는 것을 말한다.
⑧ 수(受)에 연하여 '애(愛,trsna)'가 생기게 되는데, 이는 끝없이 추구하고 욕망하는 갈애(渴愛,thirst)를 뜻한다.
이는 위의 세 가지 중에서 괴로운 것(苦)은 피하고 즐거움(樂),사랑스러운 것(愛)만을 추구하는 욕심으로써 불교에서는 이 애(愛)를 팔만 사천 번뇌 중에서 가장 끊기 힘들고 또한 신행에 있어서도 가장 넘기 힘든 걸림막이 된다라고 한다.
그래서 무명이 지혜를 가로막는 장애(所知障)라 한다면, 이 애(愛)는 마음(心)을 염착시키는 번뇌장(煩惱障)의 대표적인 것이라 하겠다.
※애(愛)가 마음을 번뇌로 들끓게 하는 것이 진실이라면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불심자비로 살아야 한다.
⑨ 애(愛)로 연하여 '취(取,upadana)'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취착하는 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즉 이 취(取)는 애(愛)로 인하여 마음에 품은 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취(取)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⑩ 취(取)에 연하여 '유(有,bhava)'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 유(bhava)라는 말은 '있다' 내지는'존재하다'라는 뜻으로써 생(生)이라는 유정(有情) 그 자체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즉, 유정(有情)이 존재하고 있는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가 곧 그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⑪ 유(有)에 연하여 '생(生,jati)'이 일어나는데, 이 생(生)은 말 그대로 '난다, 태어난다, 생(生)한다'라는 뜻이다.
이는 유(有)라는 것이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그렇게 생(生)하는 유정(有情) 그 자체가 형성된다는 것을 뜻한다면, 이 유(有)에 연하여 생(生)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⑫ 생(生)에 연하여 결국 노(老)·사(死)·우(憂)·비(悲)·뇌(惱)·고(苦)가 있게 되는데 이는 생으로 인하여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모든 중생에게 있어 현실에서 겪고 있는 고통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